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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위기와 계엄, 그리고 민주공화국의 책임 - 위기 속에서 묻는 보수의 길
  • 기사등록 2026-02-17 20:09:25
  • 기사수정 2026-02-17 20:3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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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인사이트 장해진 발행인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5월 취임 이후 거대 야당과의 강한 대치를 이어왔다. 특히 총선 이후 국정 운영을 둘러싼 충돌은 더욱 격화되었다.


 대통령 측은 그 배경으로 더불어민주당의 29번에 걸친 탄핵 추진, 주요 정부 인사들에 대한 연쇄적 탄핵 시도, 정부 예산안의 대폭 삭감, 대통령 특수활동비 일부 또는 전액 조정 등을 거론해 왔다. 이러한 조치들이 행정부 기능을 사실상 마비시키고 국정 동력을 차단하는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했다.


 또한 이른바 ‘부정선거 의혹’과 관련해, 헌법이 선거의 공정한 관리를 위해 선거관리위원회를 헌법기관으로 두고 있으며 관련 법률을 통해 부정선거 방지 장치를 마련하고 있음에도,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 보다 철저한 점검과 국민적 설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은 이를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문제 제기한 것이라고 설명해 왔다.


 이 같은 정치적 충돌과 인식 속에서 비상계엄 선포라는 극단적 선택이 이루어졌고, 그 결과는 탄핵과 구속이라는 헌정사적으로 중대한 상황으로 이어졌다. 일부는 이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결단으로 평가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헌정 질서를 훼손한 중대한 판단으로 보고 있다.


결국 법적 책임과 정당성에 대한 판단은 사법 절차를 통해 가려질 사안이다.


그러나 이 사태가 던지는 질문은 단순히 한 인물의 옳고 그름을 넘어선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제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선언한다. 민주공화국에서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며, 어떠한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도 헌법 질서 안에서 행사되어야 한다.


 29번의 탄핵 추진은 과연 헌법이 보장한 견제와 균형의 범주 안에 있었는지, 예산 삭감과 정치적 압박은 헌법 정신에 부합했는지, 비상계엄 선포는 헌법적 한계를 넘은 조치였는지에 대한 냉정한 성찰이 필요하다.


 민주주의는 일방의 승리로 유지되지 않는다. 입법 권한도, 행정 권한도 모두 헌법의 틀 안에서 절제와 책임을 전제로 행사될 때 비로소 정당성을 얻는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최근 윤상현 의원이 제시한 ‘K-자유공화주의’와 대국민 사과 제안은 또 하나의 논점을 던진다. 보수 진영이 위기에 놓였다는 진단, 국민 신뢰가 무너졌다는 반성, 그리고 속죄와 혁파의 필요성에 대한 언급은 분명 의미 있는 화두다.


 그러나 정치는 말이 아니라 축적된 행동으로 평가받는다.


 사과가 진정성을 가지려면 위기가 닥친 뒤의 수사가 아니라 위기 이전의 책임에서 출발해야 한다. 혁신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구호가 아니라 태도의 변화로 입증되어야 한다. 자유공화주의라는 새로운 이름이 아니라, 이미 헌법 안에 존재하는 자유와 공화의 가치를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가 본질이다.


 이번 사태는 개인의 문제를 넘어 거대 양당 구조의 극단적 대치, 탄핵의 정치화, 예산 권한의 무기화, 선거 신뢰 논란 등 한국 정치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 사건이다.


 민주주의는 구호로 지켜지지 않는다.

제도에 대한 존중, 절차에 대한 신뢰, 권력 행사에 대한 자기 절제가 있을 때 유지된다.


 국가는 한 사람의 결단이나 희생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국가는 제도로 유지되고, 신뢰로 유지되며, 국민적 합의로 유지된다.


이 위기를 넘어서는 길 역시 헌법 안에서, 그리고 국민 앞에서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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